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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두산 베어스 안권수 DUGOUTV

dugout*** (dugout***)
2020.05.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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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외야수 안.권.수.

 

2020 신인 드래프트, 약 1시간 30분이 흘러 마지막 10라운드마저 끝나가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는 쥐고 있던 마지막 지명권을 행사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전광판에 한 선수의 이름이 적혔다. 99번째로 지명된 선수는 소속팀부터 생소했다. 카나플렉스 코퍼레이션 소속 외야수 안권수. 그는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권리를 지키라’라는 의미의 이름 석 자와 함께 모국 땅을 밟았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야구. 어색할 만도 했지만,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자신이 재일 교포 3세라는 걸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그를 보며 새삼스레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야구를 사랑하는 일에 국적도 나이도 없다는 것을. 오로지 야구를 위해 대한해협을 건너온 그를 만나봤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조예은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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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에서의 설렘 가득한 새 출발

 

한국 생활은 어떤가요? (4월 8일 인터뷰)

익숙해졌어요. 요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은 자제하고 있어요. 야구만 생각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죠.

 

개인적으로 한국에 와본 적이 있나요?

초등학생 때 한국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여행도 자주 왔고요.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최근에 바깥에 잘 나가지 못해 어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됐으면 좋겠어요.

 

안권수 선수의 한국어 실력이 궁금하네요.

일상적인 대화는 무난하게 할 수 있어요. 만화로 된 한국어 교재의 도움을 받았죠. 듣고 읽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 존댓말은 여전히 서툴러요. 그래서 실수할까 봐 선배나 코치님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진 못해요.

 

한국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뭔가요?

닭한마리요. 한국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고요. 말 그대로 중독되는 맛이었어요. ‘한국 요리’ 하면 맵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음식도 많아 좋아요. 본가에선 한국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한국에 혼자 건너왔어요. 외롭진 않나요?

처음에는 외로움을 느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좋아요. 그래도 가끔은 부모님이나 본가가 그립긴 해요. (한국에 친척이나 지인은 없나요?) 전혀 없어요. 할아버지 세대부터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척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고지가 경상도라는 건 알고 있지만 가본 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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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같던 KBO리그 입성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지명됐어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믿기지 않았죠. 수준이 높은 리그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뻤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축하해줬어요. 지금도 안부를 묻는 연락이 자주 와요.

 

신인 트라이아웃에서 제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아쉽지는 않았어요. 트라이아웃에서 부상을 당한 순간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면 정말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신기하네요.

 

이젠 KBO리그의 선수가 됐어요. 한국과 일본의 야구는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나요?

우선 가장 놀란 부분은 타격이에요. KBO리그 타자들은 배트를 제대로 휘둘러요. 그래서 공과 배트가 닿는 임팩트가 좋아요. 그 외에도 사소한 부분에서 다른 점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는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를 모두 경험하게 된 만큼 두 곳의 좋은 점을 모두 살려서 활약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수비 위치를 잡는 법이나 도루에 대한 인식도 있고 훈련 내용도 달라요. 일본에서는 달리기를 주로 했는데, 한국에선 달리기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호주 스프링 트레이닝 일정에 웨이트가 매일 있었는데 익숙하지 않아 조금 힘들었어요.

 

지명되기 전에 두산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2년 전부터 KBO리그에 관심이 있었어요. 선수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지난해부터 했고요. 두산은 대단한 팀이에요. 리그 우승을 여러 차례 일궈냈고 수비와 공격 모두 뛰어나요. 입단하기 전 두산의 경기를 보면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는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젠 그 팀의 일원이 됐어요. 직접 경험한 ‘팀 두산’은 어떤 곳인가요?

예상보다 더 좋은 팀이에요. 물론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지만, 특히 젊은 선수를 잘 육성하잖아요. 더 열심히 연습하지 않으면 저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질 것 같다는 위기감도 들어요. 저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은 만큼 배울 것도 많아서 좋아요. 경쟁심도 들지만, 소속감도 빼놓을 수 없네요. 다들 국적과 상관없이 저를 동료로 대해줘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웃음)

 

어떤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나요?

그라운드에선 같은 포지션인 김인태 선수와 자주 이야기해요. 개인적으로는 박세혁 선수와도 친하게 지내요. 두 선수 모두 일본어를 꽤 알고 있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이야기해요. (드래프트 동기와는 어떤가요?) 나이 차가 나죠. 하지만 다들 많이 배려해줘요. 예의 바르다고 해야 할까요? 불편한 점은 딱히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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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 스타’ KBO의 별을 꿈꾸다

 

초등학교 때는 다른 운동을 했다고 들었어요.

야구는 5학년 말, 6학년 때부터 시작했고 그전에는 수영을 했어요. 꽤 잘했죠. 성적이 좋아서 그만두기 어려웠어요. (야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집에서 도쿄돔이 가까워요. 그래서 자주 야구 경기를 보러 갔고 자연스레 하고 싶어졌어요. 당시 마쓰이 히데키 선수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었는데, 정말 대단했어요. 마쓰이 선수와 스즈키 이치로 선수를 보며 이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죠.

 

야구 명문 와세다실업고등학교에서 ‘손수건 왕자’ 사이토 유키(현 니혼햄 파이터스)를 잇는 ‘팔굽혀펴기 왕자’라 불렸어요.

팔의 힘을 빼려고 대기 타석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던 게 화제가 돼 붙여졌어요. 타격을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한 건데, 그때는 별명이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별명 덕분에 지금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만큼 인상적인 선수였군요?) 야스다 콘스라는 이름이 흔하지 않아서 더 그런가 봐요. 초등학교 때 수영을 하면서 만난 적 있는 사람이 제 이름을 듣고 기억해주더라고요. 이름이 특이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고교 2학년 때 나간 고시엔에서 활약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어요. 인기를 실감해본 적이 있나요?

고시엔 대회에서 3경기 동안 타율 4할을 기록해 TV 뉴스나 신문에 나왔죠. 뉴스에 제가 나온 걸 보고 SNS로 여러 사람이 연락을 해왔어요.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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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뛰었던 선수 중에 지금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선수도 있겠어요.

같은 도쿄지구만 놓고 봐도 니혼햄 요코오 도시타케, 한신 타이거스 다카야마 슌 선수도 있네요. 한 살 어리지만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스즈키 세이야 선수도 함께 뛰었어요.

 

고교 졸업 후 와세다대학교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1년도 되지 않아 그만뒀어요. 야구부를 나간 이유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 리그로 가고 싶었어요. 실력이 부족해서 지명을 받지 못했죠. 처음부터 대학교에선 야구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대학 야구부를 나오게 됐어요. (어떤 부분이 불편했나요?) 쓸데없는 상하 관계가 많았어요. 물론 어느 정도의 상하 관계는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시간이나 에너지를 빼앗기는 경우가 늘어나니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면서 야구부 생활이 재미없어졌죠.

 

독립리그, 사회인 리그에서 야구를 이어갔어요. 주니치 드래건스에서도 관심을 가졌다면서요?

입단은 못 했지만 주니치에서 자주 보러 왔어요. 일본 야구는 전국 대회에서 선수에 대한 주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대회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제가 마지막으로 사회인 리그에 있었을 때, 팀이 전국대회에 한 번밖에 나가지 못해 어필할 기회가 적었어요. 개인 성적은 좋았는데 팀을 승리로 이끄는 힘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아요.

 

카나플렉스에 있을 때는 공장 일과 야구를 병행했었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와세다실업고의 방침이 ‘문무양도(文武両道)’거든요.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는 거죠. 그래서 야구와 일을 같이 하면서도 힘들지 않았어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군요?) 그런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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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프로 선수로 뛰고 싶다는 열정입니다. 지난해가 프로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은, 더 수준 높은 리그에서 야구를 하는 것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첫 캠프였어요.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두고 훈련했나요?

먼저 한국 야구를 아는 게 중요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어요. 코치님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대화했죠. 캠프를 통해 수비는 어느 정도 제가 가진 능력을 보여줬다고 자부해요, 다만 타격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수비, 주루, 공격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걸 골라볼까요?

가장 자신 있는 건 주루입니다. 저는 홈런 타자라기보다 누상에서 발로 뛰는 선수에 가까워요. (발이 빠른 편인가요?) 느린 편은 아니에요. (웃음)

 

롤모델로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아오키 노리치카 선수와 같은 팀의 정수빈 선수를 꼽았어요. 두 선수에게 한 가지 능력만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떤 걸 고르고 싶나요?

타격이요. 두 선수 모두 공․수․주에 능한 선수지만 특히 배팅 기술이 좋아서 가져오고 싶습니다. (이유가 궁금해요.) 지금 가장 고전하고 있는 부분이 타격이거든요. 공격 쪽에서 더 발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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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 경기라도 많이 1군에서 뛰고 싶어요. 팀의 우승에 공헌하고 싶습니다. (선호하는 포지션이 있나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면 어느 포지션이든 열심히 할 거예요. 두산은 디펜딩 챔피언인 만큼 주전 경쟁이 매우 치열해요.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한국에 와서 ‘사람 간의 관계는 참 대단하다’라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어, 제게 잘 대해주는 분이 있어요. 저는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는데도 말이죠. 이유를 물어보니 유학 시절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어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줘요. 저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KBO리그에서 그런 관계를 만들고 지켜나가고 싶어요. (야구 내적인 부분은 없을까요?) 공격, 수비, 주루 전부 완벽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코로나19 때문에 개막도 늦어지고 사회적으로도 힘든 시기입니다. 팬 여러분도 저와 같이 새로운 시즌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즌이 시작되면 전력을 다해 뛸 테니, 야구장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라운드에선 공격적인 주루를 보여줬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중했다. 신인 선수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와세다대를 나와 도쿄 메츠, 군마 다이아몬드 페가수스, 무사시 히트 베어스, 카나플렉스까지. 누군가는 그가 프로 무대를 밟기까지 지나온 시간을 아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안권수를 만든 건 바로 그 경험이었다. 대학 야구부를 그만둘 때부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망설임을 갖지 않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레 포기하지도 않았다. 만 27세를 바라보는 그가 카나플렉스의 정규직 대신, 새로운 리그에 도전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늦어졌지만, 2020시즌이 곧 막을 연다. KBO리그 새내기 안권수의 도전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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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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