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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Futures] 키움 히어로즈 김은성 MEMORIES

dugout*** (dugout***)
2019.06.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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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이루리라

 

2019시즌 KBO 퓨처스리그 개막 2주 차, 리그 통산 28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 고양 히어로즈의 신흥 아이돌로 급부상한 이가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히어로즈의 품으로 돌아온 김은성(개명 前 김수산)이 그 주인공이다. 바뀐 구장에서 낯선 이름으로 처음 하게 된 인터뷰. 모든 게 새로워 어려울 법도 하지만,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화수분 야구의 성지, 고척돔에서 팬들을 만날 날을 고대하며 김은성은 오늘도 정진(精進)하고 있다. (4월 30일 인터뷰)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이혜정 Location 고양 스포츠타운 국가대표야구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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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친화형 고양 아이돌

 

‘키움 히어로즈’로 새출발을 시작한 팀과 ‘김은성’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어요.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끝 은’자에 ‘이룰 성’을 썼어요. 결국에는 잘한다는 뜻입니다. 어릴 때부터 바꾸고 싶기도 했고 알아보니까 기존 이름이 좋은 이름이 아니라고 해서 개명하게 됐어요.

 

키움 팬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얼굴이에요. 지금이 어필할 기회입니다.

어필은 여기서 할 게 아니라 야구장에서 해야죠. (웃음) 경기에서 제가 누군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신인 시절 단상 인사에서 “팬들을 위해 뛰겠다”라는 멘트를 남겼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팬들을 위한 야구는 무엇인가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원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고양은 화성과 다르게 팬이 많이 온다고 들었어요. 팬들의 응원이 얼마나 힘이 되나요?

보통 2군 구장은 외지에 있어서 팬분들이 찾아오기 힘들어요. 그런데도 직접 오셔서 경기도 보고 응원도 해주시니 야구하는 게 보람차고 재밌어요. 응원 소리가 없으면 경기 중에 분위기가 처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시즌 기록을 보면 고양 생활이 아주 즐거울 것 같아요. 새집엔 완전히 적응했나요?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라커룸도 크고 무엇보다 팬분들이 많이 와주시니까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홈, 원정 가리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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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일찌감치 현역 군 복무를 택했어요. 혹한으로 유명한 강원도 연천에 있었잖아요. 군 생활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겠어요.

국방부 사이트에서 조사하신 거예요? (농담) 힘들었죠. 군대 안에서도 몸 관리하면서 야구 생각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고 해야 정답일 텐데 사실 잘 안했고 몸 만드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할수록 더 힘들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 ‘나는 군인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냈어요.

 

전차병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군대를 빨리 가려고 하다 보니까 전차병 말고 갈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택했는데 지나고 보니 참 좋은 기억이 많아요. 전차가 탱크잖아요. 살면서 탱크를 언제 조종해보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군인 티는 완전히 벗은 건가요?

벗은 것 같은데 다른 선수들이 자꾸 뭐라고 해요. (웃음) 하루에 한 번씩 군대 얘기를 한대요. 밥 먹을 때도 가끔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작 저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군대를 다녀와서 얘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군인이었고 2년 가까이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잖아요. 친구, 동생들이 대학 시절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죠.

 

21개월간의 군 생활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있다면?

전역일이죠. (웃음) 그거 하나 보고 버텼습니다.

 

야구장으로 돌아온 소감이 어때요?

너무 좋죠. 요즘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성적을 떠나서 다시 야구를 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있어요.

#프로에 우연은 없다

 

시즌 초반이지만 퓨처스 북부리그 타격 1위로 맹활약 중이에요. 장타율도 돋보이는데요. 비결이 있을까요?

전역하고 나서 군대 가기 전의 타격 스타일로 다시 도전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겨울 동안 김태완 타격코치님과 상담을 거쳐 폼도 바꾸고 전체적으로 변화를 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타구에 힘을 싣는 방법과 상, 하체를 같이 써서 타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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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기록한 사이클링 히트 얘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당시를 떠올려본다면?

타격전으로 진행돼 8회까지 뭘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9회 말 수비 도중에 앞에 타자가 살아나가면 저까지 기회가 온다는 걸 알았어요. ‘어, 이번이 5번째 타석인데 앞에서 어떻게 쳤지?’하고 잠깐 생각하는데 홈런 하나면 사이클링 히트인 거예요. (웃음) 노려야겠다 싶었죠. (홈런을 의식하고 있었네요.) 맞아요. 근데 보통 그러면 몸이 열리거나 여러 가지 안 좋은 자세가 나와요. 멀리 중앙 담장 방향으로 치려고 한 게 도움이 됐어요.

 

육성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잖아요. 어떻게 영웅 군단에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구단에서 좋게 봐주셔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다른 구단의 제의는 없었나요?)제가 알기론 없어요. 다른 구단 제의가 있어도 여기 왔겠죠? (웃음) 자율적인 팀 분위기도 좋고 팬도 많으니까요.

 

키움은 항상 새 얼굴이 넘쳐나요.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프로는 매년 경쟁이니까 크게 부담은 안 가져요. 매년 신인들이 들어오고 자리싸움을 해야 하니 유니폼을 벗는 그 순간까지 피할 수 없죠.

 

국가대표급 자원을 가진 키움의 내야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본인만의 강점이 궁금해요.

송구만큼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프로 전체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부해요. (그렇다면 타격과 수비 중 더 자신 있는 것은?) 수비라고 말하고 싶네요!

 

평소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도 그렇고요. 앞으로 들어설 타석수는 많잖아요. 수비도 마찬가지고.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격 수비도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제일 자신 있는 포지션은 어딘가요?

아마추어 때부터 계속 봐왔던 게 유격수예요. 요즘 2루수로 자주 나와서 편하지만 그래도 항상 자신 있는 건 유격수입니다. 하지만! (웃음) (김)하성이도 있고 하니까 팀 사정에 맞게끔 어느 포지션 상관없이 주어진 임무,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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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팀과 나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어릴 때 다른 친구들이 태권도 학원 다니듯 야구하러 갔던 게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한 번의 전학, 대학 진학, 육성선수로 입단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겠어요.

군대에 있을 때도 그렇고… 프로 생활을 어렵게 시작해 항상 벼랑 끝에서 야구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 이거 아니면 안 되고, 이 타석 아니면 안 되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나 싶어요. 군대에서 그걸 깨달았어요. 왜 나 자신을 몰아붙였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그래서 ‘즐기자’라는 생각을 갖고 다시 야구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프로에 잘 적응하고 있잖아요. 선배로서 대학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최근 대졸선수를 많이 안 뽑는 추세라 하더라고요. 그래도 분명 대학선수만의 장점이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게도 하는 말인데 야구를 하면서 인생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팀이 이겼을 때요. 제가 못해도 팀이 이기면 상쇄될 때도 있고. 좋은 활약을 펼쳐도 경기가 지면 얻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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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힘이 돼준 것은 무엇일까요?

부모님, 친구들,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 그리고 저 자신이요. 스스로 격려하면서 야구를 해온 것 같아요.

 

5월부터 육성선수의 1군 등록이 가능합니다. 팬들도 북부리그 폭격기 김은성의 입성을 기다리는 분위기예요. 욕심이 안 날 수 없겠어요.

당연히 있죠. 그래도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잖아요. 1군에 올라가서 활약하면 기쁘지만, 성급하게 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합니다.

 

본인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본 적 있나요?

아직까진 없어요. (처음 사인해 준 팬은 기억나요?) 입단하고 목동야구장에 메디컬테스트를 받으러 갔을 때 한 분이 사인을 부탁하셨어요. 저를 알고 해달라고 하신 건지 아니면 선수니까 해달라고 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아요.

 

신인 시절, 팀에서 가장 유니폼을 많이 파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어요. 이 꿈은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요?

글쎄요. 팀에 팬층이 두터운 선수가 워낙 많잖아요. 빨리 저도 그날이 오면 좋겠네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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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읽는 사나이

 

운동이 끝나면 주로 무얼 하나요?

퇴근하기 바쁘죠. (웃음) 빨리 가고 싶다는 게 아니라 집이 고양에서 멀어요. 끝나고 바로 출발해도 2시간이에요. 도착해서 저녁 먹고 씻고 10시면 자요. 아침에 또 일찍 나와야 하거든요. 매일 그렇게 보내고 있어서 말 그대로 퇴근하기 바쁩니다. (이사 계획은 없나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했어요. 얼른 하고 싶어요.

 

야구 외에 다른 취미도 있나요?

영화, 드라마 시청과 독서요. (팬들에게 한 권 추천해주세요.)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2019년이 절반쯤 지났어요. 새해에 세운 목표는 얼마나 이뤘나요?

야구 외적으로는 빨리 이사했으면 좋겠고. (웃음) 야구에 있어서는 안 다치고 최대한 많은 경기 출전하기,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1군에 한 번 진입하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 하나씩 이뤄 나가야죠.

 

만약 올 시즌 1군에 등록된다면 무엇을 먼저 할 거 같아요?

우선 친구들한테 말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먼저 연락드리면 너무 신경 쓰고 챙겨보실 거 같아서요. 바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부모님께는 잘 풀리고 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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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김은성에게 야구란?

공기 같은 존재? 제가 27살인데 세보니까 15년 넘게 야구를 해왔더라고요. 정말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했어요. 야구를 하는 제가 맞는 느낌이랄까요?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팬분들께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근데 말야, 야구는 생각하면 할수록 독특한 스포츠란 말이지. 둥근 공을 둥근 방망이로 치잖아.” 김은성이 즐겨 읽는 소설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타자들은 시속 140km의 둥근 공을 치기 위해 적당한 타이밍에 둥근 방망이를 휘두른다. ‘적당하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수년간 쌓아온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모여 저마다의 적당함으로 거듭난다. 9이닝 동안 펼쳐지는 적당함의 싸움 속에서 최후의 승자는 결국 포기하지 않는 자다. 김은성의 최선을 다하는 야구가 KBO리그와 팬들에게 스며들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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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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